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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몇 차례 언급했었던 것이지만 LP라는 존재는 그것을 가치 있도록 만들어주는 LP플레이어와 결코 떨어뜨려 생각할 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초창기의 LP 판매는 LP 자체보다는 그 플레이어를 팔기 위한 아이템에 지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당시의 광고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LP를 사기 위해서는 '축음기 파는 집'을 찾아가야 했었다. 에디슨의 포노그래프의 경우 자가(自家) 녹음을 주요한 기능으로 삼았던 까닭에 플레이어 위주의 판매 경향은 더욱더 분명했다. LP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축음기가 발명된 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서부터였다.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은 이야기지만, LP가 대중화되려면 플레이어의 보급이 일반화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LP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계기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여러 가지가 있었다. 카루소와 같은 매혹적인 상품의 등장도 있었고 전기 녹음 방식의 도입이라는 음질 향상의 측면, 그리고 대중들의 소비 능력의 진전과 같은 것들이 그에 속한다. 그리고 매력적인 플레이어의 등장 역시 그러한 여러 계기들 가운데 어느 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하나로 손색이 없다.

플레이어가 가장 극적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라면 그건 아마도 '포터블'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오는 순간일 것이다. LP의 역사에서 포터블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대중화에 성공하기 시작한 것은 제1차세계대전 기간, 병사들의 참호 속에서부터였다. 교착된 전선을 이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참호 속에 쪼그려 앉아 딱히 할 일도 없었던 병사들 앞에 나타난 포터블 축음기는 대단한 선물이었고,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참호 속에서의 가장 멋진 오락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이러한 경험과 성과를 기반으로 포터블 플레이어는 축음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LP의 대중화에 커다란 힘이 되었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참호에 군수품으로 보급되었던 것은 영국의 축음기 회사였던 데카(Decca) 제품이었지만 전쟁이 끝나자마자 수많은 축음기 제조업자들이 포터블 축음기 제조에 나섰다.

병사들이 포터블 축음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음악을 즐겨 듣는 습관은 이후에도 지속됨에 따라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중음악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었다. 미군이 진주했던 세계의 각 지역에서 미군들이 가지고 온 LP와 포터블 플레이어를 통해 미국의 대중음악이 울려 퍼지게 되었고 많은 나라들의 경우 그로 인해 대중음악의 저변이 교체되는 결과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포터블의 위력은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함께 나타난다. 포터블이라는 자체가 매력적이거나 혹은 아주 실용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새롭게 등장하는 기록미디어들은 모두 포터블의 등장을 계기로 세력의 역전을 꾀하였다. 물론 이러한 역전은 업계에 놀라운 부를 선사해 주는 것이었다. 앞서도 살펴보았지만 카세트가 LP를 누르고 기록미디어의 최강자가 된 데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낮은 기술적 문턱 등의 요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니의 워크맨의 등장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워크맨의 열풍은 그 자체로 카세트의 열풍을 의미했던 것이고 이것은 플레이어의 차원에서 보자면 '포터블'의 극한으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워크맨이 열어준 신세계에 감탄을 연발하였고 그 신세계를 향한 교통수단은 카세트였던 셈이다. 워크맨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는 포터블이 아니라 '휴대용'이라는 개념이 더 잘 어울리게 되었다. 물론 '포터블'을 번역하면 '휴대용'이 되는 것이지만 '설탕'보다 '슈가'가 달고 '건물'보다 '빌딩'이 높은 것처럼 이 두 단어 역시 서로 다른 어감으로 다가온다.

최초로 만들어진 휴대용 CD플레이어.

최초로 만들어진 휴대용 CD플레이어. 'Just-Jacket-Sized'의 구상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특히 두께가 3.7㎝에 달하고 무게도 거의 삼겹살 한 근 무게에 달했기 때문에 실제로 재킷의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CD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했을 때도 당연히 휴대용 CD플레이어가 등장하였다. 처음으로 휴대용이 등장한 것은 CD가 개발되고 나서 약 5년 후인 1984년의 일이었다. 역시 워크맨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소니에서 출시했는데 워크맨과 같은 방식으로 휴대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크기였다.

CD의 생산이 시작된 시기와 워크맨의 판매가 시작된 해가 모두 1979년으로 같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CD라는 미디어 표준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워크맨과 같은 개념의 휴대 방안은 고려되지 못했었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 CD를 개발할 때 상의 주머니 크기를 조사했던 걸 보면 휴대의 편리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그것은 단지 CD 알맹이의 휴대만을 고려했던 것이지 플레이어의 휴대까지 고려했던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이런저런 노력 끝에 결국 1991년에는 CD의 장점과 워크맨 이상의 휴대성을 종합한 새로운 규격의 MD(Mini Disc) 미디어가 대중들 앞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이것 역시 편리한 휴대를 목적으로 소니에 의해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일본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대중화에 성공하였고 세계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미 때늦은 감이 있었다.

MD가 등장한 바로 이듬해인 1992년에 MP3 오디오의 개발이 완료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소니의 CEO 역시 스스로의 발언을 통해 휴대용 플레이어 시장에서 MD가 실패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하였다. 사실 MD는 그전까지의 모든 미디어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훌륭한 존재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MP3가 등장하기 전까지'라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한 판단이었다.

플레이어를 최소형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

플레이어를 최소형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 CD의 상당부분이 플레이어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다.

MP3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파일이 차세대 오디오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플레이어의 영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MP3의 등장은 난데없이 PC를 오디오 플레이어로 바꾸어 놓았다. PC가 새로운 오디오 플레이어로 변모하게 되자 이번에는 PC의 주인들이 낡은 플레이어들을 가만 두지 않았다. 1960년대 이래 청소년들의 방 안에서 '상상의 공동체'를 구현해 주던 오디오 전용기기들이 문 밖으로 내동댕이쳐졌고 레코드 산업에서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고전적인 '쌍끌이' 시스템이 처음으로 파괴되었다.

MP3가 P2P와 만나면서 대규모의 유통이 이루어지자 휴대용 MP3플레이어의 시대도 성대하게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 휴대용 MP3플레이어의 성장 속도는 무척 대단한 것이어서 본격적인 대중화에 나선 지 몇 년이 채 안돼 벌써 오디오 가전의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오디오기기 시장을 석권해 왔던 소니, 필립스와 같은 거대 전자기업들을 제치고 컴퓨터 제조회사였던 애플(apple)사가 MP3플레이어라는 오디오 기기의 최대 제조업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플래쉬 메모리를 이용한 MP3플레이어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로 우뚝 선 한국의 조그마한 중소기업 거원(cowon)사의 경우는 물론 더욱 극적이다.

MP3는 알다시피 이전의 오디오 미디어들과 달리 파일방식의 '무형(無形)' 미디어이다. 따라서 MP3플레이어의 경우는 그 외장(外裝)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서 아주 기초적인 몇 가지의 요소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런 제약이 없는 특징을 지녔다. 휴대성의 극대화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플래시 메모리 및 하드드라이브 기술의 발전 양상에 따라서 거의 용량의 제한이 없는 수많은 트랙들을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슬슬 수요가 커지고 있는 하드드라이브 플레이어의 경우 요즘은 20~40G의 크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MP3 한 곡당 5M로 따졌을 때 한꺼번에 4,000~8,000곡을 플레이어에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CD로 따지자면 400~800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루에 매일 음악을 한 시간씩 듣는다 치더라도 1~2년을 꼬박 들어야 간신히 다 들을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이니 지난날의 플레이어들과는 개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선글라스에 장착된 MP3플레이어.

선글라스에 장착된 MP3플레이어. 중간에 돌출된 이어폰이 이채롭다.

플래시 메모리는 엉뚱한 방식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미 휴대폰이나 카메라, 전자사전과 MP3플레이어를 결합시키는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의복, 선글라스 등과 같은 곳에까지 플레이어가 장착되고 있다. 한마디로 '당신의 귀가 놀고 있는 한 어떻게든 음악을 듣게 해드리겠다'는 뜻이다. 이렇듯 MP3 시대의 플레이어는 결국 그 누구도 음악을 듣지 않을 수 없는 환경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 부분에서 잠시 저작권 문제를 조금 언급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얼마 전 한 휴대폰 제조업체에서 MP3기능을 휴대폰에 장착한다고 하여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앞의 마지막 말을 기억해보자. MP3플레이어의 진화는 결국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음악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방향으로 세상의 흐름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당장의 음반 판매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MP3와 그 플레이어의 진화로 인해 음악이 보다 일상적으로, 보다 많이, 보다 가깝게 우리 곁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음악과 긴밀하게 결합해서 살아가게 된다면 음악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모르긴 해도 음악의 사회적 쓰임새가 많아질 것이고 음악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각종 지면에 풍요롭게 등장할 것이다. 풍요로운 논의는 다시 알찬 창작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음악의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회적 쓰임새는 더욱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음반의 판매량은 대폭 하락했다고 곳곳에서 아우성인 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은 온라인 공간을 정점으로 해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음반 판매 수입은 줄고 있지만 음악 산업 전체의 매출은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을 기록하는 중이다. 실제 창작을 담당하는 이들의 소득증감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근거가 나타나지 않지만 그들의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이라 할 수 있는 저작권에 의한 수입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음악 시장인 미국의 경우, 제조업으로서의 음반 시장은 축소되었지만 음악 창작자들의 저작권 수익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들려오고 있다. 특히 세계의 음악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저작권자들의 소득은 자국 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욱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저작권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자국에서보다 작권의 힘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여타의 나라들에서의 성장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세계 음반 시장의 성장 속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불법 복제 천국'이라는 중국이 세계 음반 시장의 부흥을 선도하고 있는 반면 불법 복제에 대한 통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일본의 음악 시장이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2004년 1월 25일자 「뉴욕타임스」의 도표 기사.

2004년 1월 25일자 「뉴욕타임스」의 도표 기사. 이에 따르면 음반 판매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음악 사용처의 급증으로 창작자들의 수익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는 중임을 알 수 있다. 또한 2005년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저작권협회는 2004년 1년 동안 전년도 대비 15%의 수입 증대를 통해 사상 최대의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드러나고 있다. 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한 해 동안의 전체 저작권 수입이 경제 불황에 기인한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현실들이 가르쳐주는 교훈은 모두 똑같다. 합법, 불법을 떠나서 대중들이 누군가의 음악을 좋아하면 그 음악을 창작하고 연희하는 사람들은 행복해지는 것이고, 마음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머니까지도 무척 행복해지게 마련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저작권이라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역사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구축된 공공의 가치와 표현 속에서 만들어진 창작물들을 보다 많은 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 창작자들도 궁극적으로 만족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잘 조절하고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저작권법의 참된 역할이란 이야기다. 저작권이란 창작자의 권리만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 누군가는 이 소리에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내용은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조에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작자들의 저작권 수입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소식지의 2004년 12월호 기사.

저작자들의 저작권 수입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소식지의 2004년 12월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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